미국이 이란전쟁을 일으켰지만, 정작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짊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각) 미국이 시작한 이란 전쟁의 경제적 충격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 여파로 인도와 방글라데시 섬유공장들은 가동을 멈추고, 아일랜드·폴란드·독일에서는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고 있다. 베트남·태국 등에서는 ‘에너지 배급제’가 시행되고 있는 등 세계 경제가 8주 만에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쟁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도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부담을 피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국 내 원유·가스 생산 능력과 상대적으로 견조한 내수 덕분에 충격은 신흥국보다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아시아와 유럽 각국에서 경기침체 경고음이 커지고 있지만, 미국은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매체는 전했다. 성장세는 안정적이고 실업률도 낮은 상황이다. 캐나다왕립은행은 지난주 “미국 경제에 반대로 베팅하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쟁 충격은 부유한 산유국에도 번지고 있다. NYT는 국부펀드 규모가 2조 달러를 넘는 아랍에미리트(UAE)가 미사일 공격으로 손상된 가스전과 호르무즈 해협 운송 중단 여파에 따라 미국에 금융 지원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는 에너지와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난한 나라들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NYT의 분석이다. 연료와 비료 가격 급등은 하반기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저소득국들의 경우 인상된 에너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정부도 보조금이나 재정 지원을 제공할 여력이 부족하다. 미국도 타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쟁 이후 휘발유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고, 월가의 은행들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높이고 있다. 금리 인하 가능성도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가스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 다른 나라보다 충격 흡수력이 크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 미국 경제는 서비스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집약 제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에너지 가격 급등이 제조업 중심 국가보다는 상대적으로 직접 충격은 작다. 다만, NYT는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 역시 피해를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운송비와 소비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호르무즈 해협 물류가 전쟁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면 고유가가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이란 전쟁은 미국의 군사적 선택이지만, 경제적 비용은 세계 각국, 특히 취약한 국가와 저소득층에 더 무겁게 전가되고 있다고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