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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8일
윤석열, 검찰 선후배에게 전화한 날... 무슨 일이 벌어졌나?
▲윤석열 휴대폰 통화내역으로 드러난 검찰 선,후배와의 통화 일자
경찰이 확보한 윤석열씨의 휴대폰에서 검찰 내 선후배 검사들에게 통화했던 내역이 발견됐습니다. 12월 3일 내란사태 이후였다는 점에서 윤씨가 검찰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1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6일 윤씨는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날은 손 검사장이 ‘고발사주 의혹 사건’ 2심에서 무죄를 받은 날입니다. 손 검사장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최강욱·황희석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뉴스타파 PD, MBC 기자 등을 고발하도록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고발장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때 손 검사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수사정보기획관이었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고발장을 전달한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한 검찰총장 등 상급자가 미래통합당을 통한 고발을 기획하고, 전달자로 김웅을 선택한 다음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윤석열, 박성재 법무장관·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통화
경찰이 입수한 통화 내역으로 윤석열씨가 지난해 12월 15일 박성재 법무장관과 연락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날은 검찰이 내란 사태 수사를 위해 윤씨에게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한 날입니다. 윤씨와 박 법무장관과의 통화가 있고 2시간 뒤 검찰은 윤씨의 불출석 사실을 기자단에게 알렸습니다. 박 법무장관은 통화 중 검찰 조사 관련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윤씨가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12월 6일 윤씨는 한 전 총장과 10분 넘게 통화했습니다. 한 전 총장은 검찰동우회장으로 윤씨의 구속 취소 청원을 독려하고 탄핵반대 시국 선언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내란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 왜?
윤씨가 검찰 선,후배와 통화를 한 이유가 검찰의 특혜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내란 사태 이후 검찰이 보여준 모습은 의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내란 사태가 6시간 만에 실패로 끝이 났습니다. 즉시 수사를 시작했어야 했지만, 검찰은 6일에서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습니다. 검찰은 쿠데타의 핵심이었던 김용현 전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도 하지 않고 조사일정만 조율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출석 일정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돌연 자진 출석했습니다. 경찰이 7일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9일에서야 직접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검찰이 방첩사가 서류를 파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 셈입니다. 검찰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휴대전화는 압수했지만, 정작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와 통화까지 한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에서 윤씨에 대한 구속취소 결정이 나오자 윤 대통령을 석방 지휘했습니다. 그동안 검찰은 구속 취소에 대한 즉시 항고권을 행사해왔습니다. 그러나 심 총장은 “구속 취소 시 즉시 항고가 위헌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고, 검찰은 항고를 포기했습니다. (관련기사: ‘구속 취소’ 즉시항고가 위헌? 잘못 판단했다 https://omn.kr/2ci5a) 검찰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윤석열 정권과 검찰은 한몸’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를 주도한 것은 윤씨가 검찰총장부터 키워 온 친윤 검사들이 검찰 주요 직책을 독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국가를 뒤흔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의자인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혐의까지도 감싸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국 도대체... 미국인이 이재명 대법 판결에 충격 받고 한 말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필자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미국에서 반평생을 살고 있는 경계인이다. 따라서 두 사회를 모두 낯설게 느끼는 순간도 있고, 오히려 차이를 더 또렷하게 체감할 때도 있다.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의 사법화를 둘러싼 양 사회의 근본적 차이를 다시금 절감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당혹스럽게도 필자가 재외국민 투표 등록을 한 이후에 이런 판결이 내려졌다. 어디서 봤는지, 판결 소식을 듣고 미국 동료가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미국 상황에 빗대서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가 트럼프에게 졌는데, 현재의 트럼프 정권이 그녀가 대선 유세 중 거짓말을 했다며 기소를 했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는데, 연방대법원에서 다시 유죄 취지로 하급법원에 사건을 되돌려 보낸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만도 하다. 미국에서는 법원이 유권자의 판단을 앞서선 안 된다는 원칙이 강하게 작동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뉴욕에서 벌어진 두 사건이 떠올랐다.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형사 기소, 다른 하나는 조지 산토스 전 하원의원의 제명과 처벌이다. 두 사건 모두 표현의 자유, 정치적 거짓말, 사법의 개입 범위를 두고 미국 사회에서 큰 논란을 불러왔고, ‘정치적 판단은 누가 내려야 하는가’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적 질문을 제기했다.
트럼프 사건에서 최종 선고를 미뤘던 미국 사법부의 절제
▲2023년 4월 4일 당시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가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절차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한국에서도 기억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으로 돈을 지급했던 사건이 큰 쟁점이 됐었다. 이 사건은 원래 2016년 대선에서도 쟁점이 됐지만, 2023년과 2024년에도 다시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엔 단순한 성 스캔들이 아니라 형사재판으로 비화됐었다. 트럼프는 이 사건과 관련해 34건의 중범죄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사건의 핵심은 트럼프가 이 포르노 배우에게 13만 달러를 지급한 뒤, 이를 ‘법률 자문료’로 위장해 회계장부에 기록한 데 있다. 뉴욕 검찰은 이 허위 회계 기록 하나하나를 각각 별개의 문서 위조로 간주했다. 그 결과 단일 사건이 34건의 중범죄(Felony) 혐의로 분할 기소되는, 이른바 ‘쪼개기 기소’가 이뤄졌다. 트럼프 기소가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미국 내에서는 법적 과잉 논란이 일었다. 34건의 중범죄 혐의는 사실상 하나의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이를 분할 기소한 방식 자체가 정당한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트럼프 반대 진영은 그를 중범죄자로 낙인찍어 대선 출마를 막으려 했고, 사법을 정치에 동원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맞는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그런 와중에 2024년 5월, 뉴욕 배심원단은 34건 모두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중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 되었고, 곧바로 정치적 격론이 뒤따랐다. 반트럼프 진영은 “법 앞의 평등”을 외쳤고, 또 환호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일부 합리적인 사람들은 사법이 유권자의 선택을 가로막았다고 우려했다. 물론 트럼프 지지자들은 “정치적 마녀사냥”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법원을 향한 위협도 이어졌다. 담당 판사와 가족에게는 살해 협박이 가해졌고, 법원 주변은 극우 시위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유죄 평결은 법적 사건을 넘어, 미국 사회의 양극화를 다시 심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결국 법원의 판단이 중요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 대법원의 사례와 정반대로, 뉴욕 법원은 선고를 서두르지 않았다. 당초 2024년 7월로 예정돼 있던 최종 선고는 9월로, 다시 11월로 미뤄졌고, 끝내 대선 이후로 연기됐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위협에 판사가 굴복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법원이 유권자의 판단보다 앞서서는 안 된다는 미국 민주주의의 원칙, 그리고 헌법적 제1의 가치로 강조되는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사법적 절제가 그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 지난 1월, 뉴욕 법원은 그에게 실형이 아닌 ‘무조건 면제 (unconditional discharge)’를 선고했다. 이는 유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형벌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 판단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실형을 집행하는 것은 사법부의 책임 범위를 넘어선다”고 밝혔다. 이는 특정 개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대선을 통해 유권자의 판단이 이미 내려졌다는 사실을 존중한 결정이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누가 정치의 최종 심판자인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미국 사법은 유죄라는 형식적 결론을 내리면서도, 형량의 집행 시기와 방식에서는 철저히 유권자의 선택을 앞세웠다. 사법이 정치 위에 서지 않으려는 제도적 절제가 작동한 것이다.
거짓말에도 유보된 사법 개입 – 산토스 사건
▲조지 산토스 전 하원의원이 지난달 25일 뉴욕 센트럴 아이슬립 연방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연방지방법원은 사기 및 신분 도용 혐의로 그에게 징역 7년 3개월형을 선고했다
트럼프 사건과 함께 미국 정치에서 또 하나 큰 논란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조지 산토스(George Santos) 전 하원의원이다. 그는 2022년 미국 뉴욕의 제3선거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는데, 당선 이후 밝혀진 그의 거짓말은 상상을 초월했다. 뉴욕대학교 졸업, 월스트리트 대형 금융사 근무, 유대인 혈통, 9.11 테러 희생자의 아들이라는 주장까지 대부분이 사실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이력 전체를 날조한 정치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약 11개월 동안 의원직을 유지했다. 한국 같았으면 즉각 검찰 수사와 형사 기소가 이뤄졌을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사법적 응징 대신 정치적 해법을 먼저 택했다. 하원 윤리위 조사를 거쳐 2023년 12월 1일, 표결로 그를 제명했다. 유죄 판결 없이 공화당 의원이 제명된 첫 사례였다. 이 긴 과정을 지켜보며 거짓말로 당선된 사람을 이렇게 오랫동안 놔둬도 되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곱씹어 볼 점은, 허위 이력 자체는 형사처벌의 직접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보다 후에 드러난 선거자금 사기, 신원 도용, 사문서 위조 등 명백한 형사 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되어, 결국 지난 4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산토스 사례가 보여주는 핵심은 정치인의 거짓말을 형법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서 다뤘다는 점이다. 도덕적 책임은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고, 법적 책임은 명백한 범죄가 입증된 뒤에야 사법 절차가 작동했다. 거짓말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먼저 작동하는 것은 유권자의 판단권, 그리고 의회와 언론이라는 정치적 해법이었다.물론 이런 미국 시스템도 위험을 수반한다. 실제 선거에서 거짓말이 넘쳐난다. 트럼프의 경우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해도 이후 형사적으로 기소됐다는 얘기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미국 민주주의는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법의 개입보다 시민의 판단력을 신뢰하는 체제를 선택해 왔다. 트럼프가 구속되지 않은 것도 무죄여서가 아니라, 대선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사법이 가로막지 않겠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산토스 사건이 시사하는 바도 명확하다. 정치적 표현이 조금 부정확하다고 해서 그것을 곧바로 형사처벌로 단죄하는 방식이, 결코 더 민주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에서 거짓을 심판하는 주체는 법원이 아니라 시민이며, 정치의 문제는 법이 아니라 투표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재확인해 준 사례다. 요즘 미국 민주주의가 많이 망가졌지만, 유권자가 더 크고 강력한 재판장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시민이 재판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5.1
한국은 경제와 사회 제도를 미국 모델에 맞춰 빠르게 변화시켜 왔다. 그러나 사법 제도만큼은 예외였다. 식민 시기 일본이 도입한 서구 근대법 체계가 지금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그 고착화를 다시 드러냈다. 유권자의 판단보다 앞서려는 사법의 태도에서 오만함마저 읽힌다. 표현의 자유는 단지 말할 권리가 아니라, 시민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정치적 표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하고, 해석은 맥락과 관점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사법이 표현의 경계를 자의적으로 정하기 시작하면, 시민의 판단권과 의사 표현의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미국 역시 완전하진 않지만, 공적 사안에 대한 과장, 심지어 명백한 허위조차도 사법이 함부로 개입하진 않는다. 다수 시민의 판단력이 소수 사법 권력에 앞서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이 그 바탕에 있다.한국과 미국은 그 역사와 전통이 다르고, 각 사회는 고유한 법체계와 문화적 문법을 가진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도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이번 판결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사법은 어디까지 정치적 표현에 개입해야 하는가? 선거에서 유권자보다 사법 판단이 우선하는가? 흥미로운 점은,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일반 유권자의 인상’을 위법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 인상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주체도 유권자여야 한다. 이 판결은 역설적으로 ‘시민이 재판장’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다시 확인시킨 셈이다. 이 판결이 더 치열한 공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 끝에 판단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유권자들 스스로 명확하게 증명해 내길 기대한다.
“실력 부족 드러나”… 트럼프의 얼기설기 100일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2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보낸 성명을 통해 닷새 뒤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가지 가장 중요한 목표인 국경 통제와 인플레이션 완화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관세, 종전, 감세 등에 대해서는 “다음 100일에 성과를 낼 것”이라며 “더 많은 미국의 위대함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다음 날 공개된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임 첫날에 끝내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농담처럼(in jest)한 말이었다”며 “전쟁을 끝내겠다는 요점을 강조하려고 과장해서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전 분야에서 빠르고 광범위한 개혁을 호언장담한 그는 취임 후 94일 동안 행정명령 137개를 쏟아냈지만, 내실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성과를 돌아봤다.
● 지지층 결집에 공들여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유권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 폐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민 분야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대표 성과로 꼽는 밀입국 시도 건수는 실제로 최근 6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 관세국경보호국(CDP)에 따르면 지난달 남부 국경에서 체포된 밀입국자 수는 7181명으로 지난해 3월(13만7473명)의 5.2% 수준으로 급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첫해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무리한 단속을 벌이며 반발도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지난달 15일 범죄 이력이 없는 합법 체류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한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급기야 ‘대법원 불복’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 연방대법원이 10일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석방을 촉진하라”고 명령했지만 레빗 대변인은 “송환되면 재추방시킬 것”이라며 이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권 초기 호응을 얻던 정부효율부(DOGE)의 정부 구조조정 작업은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효율부는 집권 첫해 삭감 목표치를 15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유세 기간에는 2조 달러 삭감을 공언했으니 90% 넘게 낮춘 것이다. 재정적자로 인한 이자는 불어나는데 지지층 반발을 우려해 사회보장 제도에 손대지 않았고, 삭감했던 각종 예산의 지급도 법원 명령에 따라 재개되며 오히려 조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연방정부 지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대통령 권한 확대
26일 타임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례없이 광범위하게 다른 기관들로부터 권한을 빼앗아 대통령직에 집중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나는 권한을 확장한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원래 대통령직이 사용되도록 의도된 방식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법원, 언론, 대학, 법률회사(로펌) 등 미국의 주요 기관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정부 조치에 제동을 건 판사를 콕 집어 “탄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반유대주의 시정을 이유로 대학 운영 전반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무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법률 대신 서한을 근거로 무리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펌과 대학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서고 있으나 장기간 결론이 나지 않아 소모전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알래스카주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 앵커리지
권한 확대 시도를 두고 “트럼프가 왕이 되려 한다”는 거부감도 크다. 5일 전국적으로 50만 명 이상이 참가한 ‘핸즈오프(Hands Off·손을 떼라)’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부활절 전날인 19일에도 전국에서 700건 이상의 트럼프 대통령 규탄 시위가 열렸다. 다음달 2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되며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이 만든 '부패완판'과 '무속 정권'의 끝판왕 건진법사
박정희 시절 ‘풍년 사업’이라는 게 있었다. 1970년 12월 22일 이후락이 중앙정보부장에 취임한다. 그리고 1971년 대통령 선거 대책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중앙정보부 차장보였던 강창성은 어느날 3국 부국장 김성락을 불렀다. “김 영감이 유명한 집 알지 않소?” 김성락은 그날부터 며칠동안 출근도 거른채 목욕재계하고 집에 모셔놓은 불상에 불공을 드리면서 정성을 모았다. 그리고 그가 스승으로 모시는 복술가(점 치는 사람)에게 박정희, 김대중 두 사람의 성명과 사주를 주고 가장 좋은 날짜를 물었다. 당시 김대중의 사주는 불명하여 애로가 많았다고 한다. 이름도 개명한 기록이 있고 생년월일 또한 여럿이라 혼란스러웠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거일이 1971년 4월 27일로 정해졌다. 박정희 정부 중앙정보부 공채 1기(1965년)로 중앙정보부 기획조정실장(1980)을 지낸 이종찬 광복회장의 회고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종찬은 “그날이 박 대통령에게는 길일(吉日), 김대중에게는 절명일(絶命日) 혼망일(魂忘日)이라하여 선택한 것”이라고 적었다. 무속으로 대선 날짜를 점지하고 영구집권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한 이 프로젝트를 ‘풍년 사업’이라 불렀다 한다. 5.16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영구집권을 꿈꿨다. 3선 개헌을 통해 나선 1971년 7대 대통령선거에서 그는 자신에 맞서는 ’40대 기수’ 김대중을 ‘절명’시키기 위해 점집의 도움을 받아 선거일을 정했다. 결국 그해 선거에서 김대중을 물리친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유신 쿠데타)를 일으킨다. 박정희와 중앙정보부도 ‘무속’에 의지해 국사와 쿠데타를 논한 셈이다. 한국의 권력 엘리트들이 무속에 빠지는 건 흔한 일이다. 김건희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하면서 “이 바닥에선 누가 굿하고(하는지) 나한테 다 보고 들어온다. 누가 점 보러 가고 이런 거”라고 말한다. “홍준표도 굿했어요? 유승민도?”라고 묻자 김건희는 “그럼”이라고 답한다.(홍준표, 유승민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영화 <더킹>에서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 분)이 점집에서 나오면서 “대중이 대중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누구 줄을 잡아야 할지 점집 보살에게 운명을 맡겼다. 점쟁이의 말대로 김대중 라인에 선 한강식 부장검사는 ‘검찰 소왕국’의 실세로 남아 권세를 누린다. 물론 그 끝은 몰락이었다. 참담한 일이지만 윤석열 정부는 ‘박정희의 세계’나, ‘한강식의 세계’, 그리고 ‘박근혜의 세계’를 뛰어 넘는 ‘무속 정권’이었다. 그것도 국민이 도저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의 부끄럽고 민망한 ‘무속 정권’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인 2021년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후 ‘검수완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금 부패는 완전히 판을 치고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윤석열 본인 주변의 악취 나는 부패 말이다.대통령실 터를 점지하는 무속인(천공 등), 장님 무사와 앉은뱅이 주술사의 선거 조력 무속인(명태균 미륵보살), 친위 쿠데타 날짜를 점지하고 실행한 무속인(버거보살)에 이어 이번엔 ‘비리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그가 윤석열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윤석열과 김건희의 이름을 팔아 비리를 저질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연 윤석열과 김건희는 건진법사의 비리와 무관한가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은 자신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건진법사가 논란이 됐을 때 “당 관계자한테 그분을 소개받아서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스님으로 저는 알고 있고. 법사라고 저는 들었다. (비선 논란은) 참 황당한 얘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건진법사가 김건희의 전시기획사 코바나 명함을 들고 다녔는데도 “금시초문”이라고 잡아 뗐다. 이런 뻔뻔한 거짓말은 더 이상 새로운 얘기도 아니다. 건진법사는 윤석열이 관계를 부인한 후에도 대선 캠프 관계자에게 보고를 받고, 대선 이후 인사 청탁을 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2024년 12월3일) 이후에도 김건희의 모친, 즉 윤석열의 장모 최은순과 40분 넘게 긴밀한 통화를 한 내역까지 나왔다. 대체 건진법사는 윤석열 부부와 무슨 관계인가. 공교롭게도 윤석열이 파면된 후 그 건진법사의 집에선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 포장 현금 5000만 원이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돈뭉치엔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와 함께 기기 번호, 담당자, 일련번호 등이 적혀 있다. 2022년 5월 1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한 3일 후다. 이를 보고 이명박 정권 시절 ‘관봉’을 두른 현금 뭉치가 입막음용 뇌물로 등장했던 상황을 떠올리는 것 같다. 당시 관봉 5000만 원은 국정원 특수활동비로 밝혀졌다. 엽기적인 돈뭉치 사건과 함께 더 충격적인 일은 건진법사가 60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건희 선물용’으로 받아챙겼다는 것이다. 준 사람(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 씨)도, 받은 사람(건진법사)도 인정하는 이 목걸이는 지금 건진법사의 손에 없다. 그는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6000만 원 짜리 목걸이를 무슨 카드지갑 잃어버리듯 잃어버린다는 게 가능할까? 이걸 믿는 사람이 있을까? 건진법사가 목걸이를 자의적으로 처분했다면 처분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굳이 ‘잃어버렸다’는 황당한 변명을 대고 있다. 그리고 온 세상 사람들은 이미 영부인 김건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명품가방을 받는 영상을 지켜본 바 있다. 윤석열이 ‘스님’으로 알고 있다는 건진법사의 이른바 ‘법사폰’으로 알려진 휴대전화 3대와 태블릿 PC 2대 속에는 각종 인사 청탁이 의심되는 정황들이 넘친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초반에 각종 공기업 관련 인사 등을 최은순과 김건희가 챙기고 있다는 풍문이 나돈 바 있다. 실제 2023년 3월에는 건진법사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내가 뭘 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고 다닌다는 첩보가 대통령실로 들어갔고,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건진법사를 직접 찾아가 구두 경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미신과 무속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일반 사람들도 불안한 미래 앞에서 이 사회와 종교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안고 살아가면서 점집에 의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신과 무속이 권력과 결합했을때 얼마나 추악해지는지 윤석열 정부는 보여준다. 박정희도 사이비 종교 지도자 최태민의 ‘국정 농단’을 감지해 직접 불러 친국(왕이 직접 죄인을 심문)을 했다고 하는데, 윤석열은 숫제 온갖 ‘최태민들’에게 둘싸인 ‘장님 무사’였던 게 아닌가? 김건희는 “내가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쥴리’ 할 그런 시간에 난 차라리 책 읽거나 도사들과 같이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좋아하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들 부부는 ‘삶’이 아니라 도사들과 ‘국정’을 논의하고 공유했다. 그나마 윤석열에 국정운영을 조언했다는 천공이나 관저 터의 풍수를 봐줬다는 백재권은 귀여운 수준이다. ‘미륵보살’이라 불렸다는 명태균에 선거를 맡기고 공천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이어 친위 쿠데타에 동원된 ‘버거 보살’ 노상원이 경악과 분노를 불러왔다면, 건진법사의 금권 비리는 윤석열 정권의 마지막 남은 추악한 부패의 단면을 보여준다. ‘부패완판’을 막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윤석열은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는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반성하지도 않는다. ‘무속 정권’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는 지금,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은 양심 있는 시민들 뿐이다.
"청와대 가면 죽는다"고?…무속과 비리로 점철된 '용산시대'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파면됐다. 2024년 12월 3일 ‘대한국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국가 경제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3일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1060일만이다. ‘법과 정의의 수호자’라는 검사 출신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지난 2년 11개월 수많은 비리 의혹에 휩싸여왔다. 스캔들이 터지면 다음 날 새로운 비리 의혹이 그걸 덮었다. 정권의 존재가 모순 그 자체였다.윤석열은 ‘자폭’해 물러났지만, 그들 부부가 남긴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은 이제 시작이며 청산되지 않은 ‘윤건희 정권’의 내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윤석열 파면 이후 남은 과제들을 짚어 봤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건희’ 정권의 용산-한남동 생활이 끝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 후 여의도에서 용산까지 카퍼레이드를 하며 ‘용산시대’ 개막을 알렸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은 처음부터 졸속으로 추진됐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3월 대통령 당선 닷새 뒤 ‘용산시대’ 청사진을 발표하며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을 공식화했다. 대통령실은 용산 국방부 청사로, 관저는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급변경됐다. 그러나 관저는 한 달 뒤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다시 변경됐다.윤석열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용산 이전 비용이 496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취임 3개월 만에 300억 원 이상이 초과됐다.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국방부·합동참모본부·외교부 장관 공관 등 연계 이전에 따른 총비용을 최대 1조 원으로 추산했다.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용산-한남동 생활에 따른 이전 비용보다 더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법사, 역술가, 풍수 전문가, 정치 브로커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들이 ‘용산 이전을 점지했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후보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그의 손바닥 한가운데 적힌 ‘왕(王)’자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尹의 ‘용산시대’, “청와대 가면 뒈진다”로 결정?
영부인이 무속에 진심이라는 세평이 있었으나 설마 했다.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 전 대통령 손바닥에 적힌 ‘임금 왕(王)’자가 노출되면서 ‘무속’과 관련된 의혹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었다. 그리고 대선캠프 ‘비선 개입’ 논란을 불러온 건진법사가 등장했다. 그는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 회사의 고문을 맡은 이력이 있다.윤 전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천공이 “청와대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귀신이 많아 잘못 갔다가는 귀신 붙는다”고 한 강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용산 이전에 영향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천공이 관저 이전 과정에서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방문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이후 지난 2023년 7월 경찰 수사에서 천공이 아닌 풍수지리 전문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방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더불어민주당은 “백 교수는 말이 겸임교수지 관상·풍수 전문가로 윤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해 유명해진 사람”이라며 “지금이 풍수 전문가가 궁궐터 정해주던 조선시대인가”라고 비판했다.민주당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 개입 의혹 녹취록에 따르면, 명 씨도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후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청와대에 가면 죽는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명 씨는 지인과의 통화에서 “경호고 나발이고 내가 (김건희 여사에게) 거기(청와대) 가면 뒈진다 했는데, 본인 같으면 뒈진다 하면 가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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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되기 전까지 886일을 머문 대통령 관저.
감사원 ‘방탄 감사’에도, 의혹의 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용산과 한남동에 각각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 관저를 ‘새로’ 만들었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직인수위위원회 시절 ‘청와대 이전 TF 경호경비팀장’을 맡아 대통령·관저 이전 업무를 주도했다. 이상민 전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직에 임명된 뒤부터 계약이 이뤄졌다. 대통령 관련 시설 공사 발주처는 행안부다. 김용현 전 장관과 이상민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후배다. 기존 시설을 대통령실과 관저로 용도 변경하는 리모델링 공사였지만 인수위는 공개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대통령실 리모델링을 맡은 ‘다누림건설’은 계약 당시 6개월 된 기술자 2명이 전부인 신생 영세기업이었다. 관저 리모델링을 담당한 ’21그램’은 김 전 대표 전시회 협찬사로, 실내 건축업 면허만 가진 인테리어업체였다. 특혜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022년 10월 4일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의 ‘대통령실 청사 리모델링 관련 계약 현황’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관저의 건축·계·소방·전기 등 공사비용은 41억8000만 원이었으나 추가 계약과 계약 변경 등 총 9번 계약이 바뀌면서 공사비용은 122억9000만 원까지 늘었다. 참여연대와 시민 723명은 일주일여 뒤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비용 관련 불법 의혹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두 달 뒤 감사실시를 통보했지만, 감사 결과 보고서는 1년 8개월 뒤에나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전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등 관련 법규를 다수 위반했지만 이전 결정에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또 이전 과정에서 경호처 간부의 비위로 16억 원의 국고 손실이 발생했지만 김 전 대표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 후원 업체(21그램)가 공사 업체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담당자의 진술이 있었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국회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감사원의 ‘부실 감사’ ‘맹탕 감사’를 강하게 질타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위법 행위를 적발하고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지적에 “중대한 범죄라고 판단하지 않았다”거나 이전 과정에 무속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게 왜 위법인지 모르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감사원의 회의록 제출도 거부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5일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 대통령실·관저 이전에 대한 부실 감사 및 회의록 제출 거부 등을 이유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4일 회의록 제출 거부는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이라고 봤지만, 대통령실·관저 부실 감사 의혹과 관련해서는 “부실 감사라고 볼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감사원은 지난 2월 원장 직무대행 체제에서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재감사에 착수하는 한편, 검찰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관한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원장은 그러나 헌재의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실·관저 이전 의혹 재감사 담당 국장을 전격 교체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용산-한남동 생활은 눈덩이 같은 의혹만 남겼다. 여러 법령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고 불법으로 의심되는 사례들이 숱하게 나왔지만, 이에 대한 수사 의뢰조차 없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후에도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 등과 환송 만찬을 벌였다고 한다. 1주일간 수돗물 228톤(t)을 썼고, 500만 원짜리 캣타워와 2000만 원짜리 히노키 욕조를 구입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국가재정법·국유재산법 위반, 직권남용, 횡령·배임 등 범죄를 의심한다. 용산 이전 추진 과정부터 대통령실·관저 불법 공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