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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트럼프 내려와야"…美 민주당이 꺼내든 '수정헌법 25조' 위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대응을 둘러싸고 미 민주당에서 대통령의 권한 이양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촉구하면서 법안의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존 라슨 14선 하원의원은 탄핵 소추안을 발의,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 해임 요건을 이미 넘어섰고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 70명은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그가 전쟁범죄를 예고했으며 미국의 안보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앞두고 연일 이란에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사라질 것”,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을 해임하는 대표적 수단은 의회의 탄핵이나,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참모진에 의해 권한이 박탈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규정한다. 미국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에 대해 직무 수행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 조항을 발동할 수 있으며, 대통령 반발 시에도 부통령과 내각의 입장 유지 하에 의회가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면 최종 해임을 결정할 수 있다.조항은 본래 대통령·부통령 승계와 관련, 헌법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1841년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 사망 당시 존 타일러 부통령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후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계기로 도입 필요성이 더욱 확대됐다. 케네디 대통령 피격 당시 그의 생존 여부와 직무 수행 가능성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면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결국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절차를 규정한 법이 제정된 것이다.
다만 수정헌법 25조는 올해 초에도 거론된 바 있다. 지난 1월 그린란드 침공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시드니 캠라거도브·야사민 안사리·에릭 스왈웰 등 하원의원은 해임을 요구, 법 발동을 촉구했으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침공을 결정한다면 탄핵을 고려할 것”이라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그린란드를 병합하는 대신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기로 협의하면서 논란은 잦아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에도 25조는 여러 차례 거론된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2018년에는 로드 로젠스타인 전 법무부 부장관이 내각 인사들을 설득해 조항 발동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비슷한 시기 뉴욕타임스(NYT)에선 “내각 내부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한 초기 논의가 있었지만 헌정 위기를 우려해 실행되지 않았다”는 고위 당국자의 말이 보도되기도 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이 있었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감독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거듭한 인물이다.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에도 하원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이후 조사에서 “25조 발동이 내각 내부에서 언급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발동을 진지하게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조항은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을 해임하는 데 사용된 적은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해임에 적용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부통령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법은 총 두 차례 활용됐으며, 이 외에는 실질적인 발동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정헌법 25조가 부통령과 내각의 정치적 결단, 나아가 의회의 초당적 동의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2기 내각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인사들로 구성된 점 또한 발동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지목된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주요 관료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 및 그의 일가와 깊은 인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를 떨게 하는 두 지도자의 셈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돌입했음에도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휴전에 훼방을 놓는 모양새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는 8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스라엘에는 완수해야 할 목표가 더 많이 남아 있다”며 “합의를 통해서든 혹은 다시 시작될 전투를 통해서든 우리는 반드시 그 목표들을 달성할 것”이라며 전쟁 지속 의지를 내비쳤다. 또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에 헤즈볼라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계속 그들을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미국과 휴전한 것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미국·이란의 휴전 발효 첫날인 이날 보란 듯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공습을 퍼부으며 전력을 과시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지역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소와 군사 시설 등 100곳 이상을 타격했으며, 이번 공습이 개전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자평했다. 사망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며 영국 일간 가디언은 현재 사망자를 최소 254명, 부상자를 837명으로 추산했다. 헤즈볼라는 9일 이스라엘의 휴전 협정 위반을 이유로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한 미국과 이란의 입장은 엇갈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 휴전 합의에 레바논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고, 이란은 휴전을 중재한 파키스탄에 합의 위반이라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란 정부와 혁명수비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타스님 통신은 이란이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인해 휴전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지속된 레바논 공습에는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전시 비상사태가 사법 절차를 지연시키는 명분이 될 수 있어 어떻게든 전쟁을 이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대이란 전쟁을 설득한 주요 인물로도 꼽힌다.

 
폐허 된 레바논

 

폐허 된 레바논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레바논 베이루트의 건물 주변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레바논 내 헤즈볼라를 겨냥한 이번 공습으로 10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공동 징수할 수 있다고 발언하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ABC 기자와의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공동 사업 형태로 진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이는 해협의 안전을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세력으로부터 해협을 지키는 수단이기도 하다”고 자신의 구상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조너선 칼 기자가 엑스(X)를 통해 이런 내용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이란과 휴전에 합의한 직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다. 많은 긍정적인 조치들이 있을 것이며 큰돈도 벌게 될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개방으로 미국이 이권을 챙기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선 이란의 통행료 징수 질문이 나오자 “미국이 승자인데, 우리가 징수하면 안 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구상은 불과 며칠 전까지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했던 이란을 ‘비즈니스 파트너’로 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종전 협상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그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는 통행료 징수를 거론하며 이권 사업에 뛰어드는 건 모순이란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 밴 홀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란은 전쟁 전에 호르무즈 해협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았다”며 “통행료가 부과된다면 이란에는 큰 승리가 된다”고 비판했다.백악관은 현재 우선순위는 해협 재개방이라는 입장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통행료나 다른 것과 관계없이 어떠한 제한도 없이 해협을 재개통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이란의 통행료 징수 가능성에 대해 “이는 불법일 뿐만 아니라 용납할 수 없는 일이고 전 세계에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란100년, 투키디데스적(的) 비극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한 달여 폭격으로 원유 정제 능력, 시설 파괴 등으로 300조원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채텀하우스는 분석했다. 미국과의 최종 핵협상에서 강자의 요구에 순응했다면 이런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철저히 파괴되는 이란의 참변을 보면서 정치 지도자의 선택과 국민의 각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서리치게 다가온다. 근세사를 보면 1979년 중국 덩샤오핑의 등장과 이란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호메이니로 교체한 시기는 꼭 같다. 그 후 중국은 세계 2위로 발전했으나 이란은 호메이니-하메이니의 신정정치로 후퇴를 거듭했다.
한국은 1963년 박정희 이후 60년 만에 선진국에 올랐으며 싱가포르는 1959년 리콴유 집권 후 소득 10만달러 국가로 최정점에 도달했다. 이란은 공자, 소크라테스가 활동하던 BC 4세기만 해도 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국이 세계 최강이었다. 최근 100년 동안 이란에 중요한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다. 첫 번째는 1925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레자 칸의 팔레비 왕조 때였다. 그 이전 왕조(카자르)가 러시아에 영토를 숱하게 빼앗긴 것을 보고 분연히 일어섰다. 2500년 전 페르시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서구식 경제 개발을 밀어붙이고 여성들의 이슬람 히잡 복장도 폐지했다. 국호도 ‘아리안의 땅’이라는 이란으로 바꿨다. 남북을 잇는 철도를 한국보다 훨씬 먼저 깔았다. 그러나 레자 칸은 중대한 선택의 실수를 저질렀다.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몰래 독일 히틀러 편을 들었던 그는 영국·러시아에 의해 왕좌에서 끌어내려졌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망가 죽었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아들 레자 샤가 옹립됐다. 왕좌를 이어받은 샤는 테헤란대학을 설립하는 개혁을 이어갔지만 이슬람 성직자들의 토지를 몰수하고 부패정치로 실정을 했다. 미군·이스라엘군의 힘을 빌려 치안을 유지했지만 3년 시위 끝에 팔레비 왕조는 붕괴됐다. 이란 국민은 1979년 국민투표에서 98%의 지지로 호메이니를 선택했다. 11월 이란 미국대사관을 점령해 444일간 미국에 모욕을 줬다. 이 무렵 덩샤오핑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를 시찰하며 자본주의를 중국 경제에 이식시켰다. 10년 후쯤 동독이 무너지고 소련도 무너져 미국은 1극으로 치달았다.
호메이니 정권도 이란 역사 속 페르시아나 압바스왕처럼 관용주의로 미국에 보조를 맞춰 덩샤오핑의 길을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란은 인구 9000만명에 석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로 최강대국에 오를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혁명 당시 한국과 국내총생산(GDP)이 같았으나 지금은 4분의 1에도 미달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BC 2340)를 쓴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강대국은 규칙을 정하고 약소국은 그것을 감내하는(suffer)하는 것”이라고 국제질서를 정의했다. 이란은 세계 최강 미국을 ‘대(大)악마’로 규정하고, 헤즈볼라, 후티반군, 하마스, 시리아민병대를 ‘저항의 축’으로 결성해 이스라엘 말살을 기도했다. 중국, 러시아, 이란은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트럼프는 올해 신국방전략(NDS)에서 세 나라를 적으로 규정하는 백서를 발표했다.
이란전쟁 전 3차 핵협상 때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를 보내 “핵농축을 10년간 동결하라”고 하자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그것은 주권사항”이라며 고함치고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투키디데스 법칙을 거역한 하메네이는 폭살됐고 이란은 석기시대로 갈 판국이다. AI 혁명 시대에 한국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넘보는 것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가로막아 준 미국의 편에 선 때문이다.

韓에 대놓고 불만 트럼프… 몰아칠 청구서에 만반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 시간) 백악관 크로스홀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 연설에서 예상과 달리 이란 전쟁과 관련해 ‘종전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 2~3주 동안 이란을 강하게 타격해 “석기시대로 되돌려놓겠다”며 되레 엄포를 놓았다. 이 기간 중 이란과 종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 시설과 원유 시설을 추가로 타격하겠다고도 경고했다. 그제 “우리는 곧 이란을 떠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고려하자면 특유의 협상 전술일 수도 있다.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막바지 강공을 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진심이 무엇이건 한국으로서는 헤쳐 나갈 터널이 만만치 않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종전이 되더라도 에너지 수급 위기는 오래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부터 비상 벨트를 더 바짝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심상치 않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드러낸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다. 그는 어제 연설에 앞서 가진 백악관 행사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다가 “유럽 국가가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고 했다. 이어 “(한국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험지에, 핵 무력(북한) 바로 옆에 4만 5000명의 군인을 두고 있는데도 말이다”라고 했다. 물론 파병에 불응한 일본과 중국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문제가 당면 현안인 우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몇 배나 더 무겁다. 특히 주한미군의 부풀린 숫자까지 들먹인 것도 가볍게 넘길 대목이 아니다. 이란 전쟁에서 스텝이 꼬인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안보 분야에서 동맹국들을 향해 무차별 청구서를 던질 수 있다. 예사롭지 않은 조짐은 벌써부터 엿보인다. 며칠 전 프랑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확대회담에서는 한미 외교장관 회동이 불발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철강·농산물에 이어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무역 장벽’ 문제를 전방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를 경고한 미국이 한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감축을 고리로 방위비 증액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전방위 청구서가 날아들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 기업이 힘을 모아 선제 대응해야 한다. 정부와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도입을 늘리기로 한 것이 좋은 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연설에서 “미국산 석유를 사라”고 했으니 미국의 불만을 달래면서 우리의 원유 공급도 늘릴 수 있는 방책일 수 있다.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중동산 원유 수급의 물꼬를 트는 일도 병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국민 건들면 지구 끝 추적", 북·중은 빼고

‘한국 사람 건들면 가만두지 않는다’는 이재명 정부의 국민 보호 의지는 선명하고도 강렬했다. 캄보디아발(發) 범죄 피해가 잇따르자 전담반을 현지 파견해 작전을 펼쳤다. 캄보디아 당국과 함께 범죄 조직을 적발하고 감금된 한국인을 구출했다. 보이스 피싱이며 스캠 사기로 국민 돈을 뜯어내던 조직원 73명을 수갑 채워 압송해온 뒤 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 이렇게 썼다.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 빈말 같습니까?” 이 글을 캄보디아 말로도 번역해 올리는 바람에 캄보디아 정부가 항의성 문의를 해오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빈말이 아니었다. 이번엔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해 복역 중이던 ‘마약왕’을 송환해 왔다. 이 대통령이 필리핀 대통령에게 직접 요청해 성사시켰다고 했다. 살해범을 데려와 의정부 유치장에 수감시킨 날, 이 대통령은 또 글을 올렸다. “대한국민을 해치는 자는 지구 끝까지 추적해서라도 반드시 잡는다.”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에 국민 마음은 든든해졌다.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란 믿음이 샘솟았다. 
단, 조건이 있었다. 모든 나라가 다 해당되진 않는다는 것이었다. 쿠팡의 고객 정보 3370만건을 빼돌린 범인은 중국인이었다. 탈취당한 정보엔 이름·주소·전화번호는 물론 일부 주문 내역, 현관 비밀번호까지 들어 있었다. 보이스 피싱이며 각종 범죄에 악용될 만한 민감 정보가 수두룩했다. 국민의 재산 피해는 물론 안전·생명마저 위협할 정보가 유출된 것이었으나 ‘지구 끝까지 추적’을 장담하던 정부 대응은 밋밋하기만 했다. 범인은 범행 직후 중국으로 갔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신병을 확보 못해 실체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사건 발생 4개월 넘도록 피의자 대면 조사를 했다는 소식조차 없다. 사실상 전 국민 개인 정보가 탈취당한 사건인데 정부 차원에서 강력 대응하는 게 마땅했다. 한·중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당장 범인부터 넘겨받아야 했다.
그런데 책임자인 법무장관은 “(지금까지) 중국이 우리의 범죄인 인도 청구에 응한 적이 한 건도 없다”고만 했다. 어차피 안 해줄 테니 노력도 안 한다는 소리로 들렸다. 사건 후 중국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내지도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어쩌라고요”라고 반문하며 ‘혐중(嫌中)’을 비판했다. 필리핀 대통령에게 범인 인도를 요청하던 때와 180도 달랐다. 중국에만 그런 게 아니었다. 지금 북한엔 최소 7명의 우리 국민이 억류돼 있다. 선교사 3명, 탈북민 4명이 체포돼 길게는 14년째 악명 높은 노동 교화소에 감금돼 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취임 반년이 넘도록 이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 작년 말 외신 기자회견에서 질문이 나오자 대통령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 배석한 참모에게 맞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생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외국 기자조차 아는 사실을 한국 대통령은 몰랐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북에 의한 자국민 피해는 한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도 같은 일을 당했지만 억류가 확인되는 족족 교섭을 벌여 석방시켰다. 그렇게 구해 낸 것이 확인된 것만 30명에 가깝다. 일본도 고이즈미 총리가 2004년 평양 회담에서 김정일과 담판을 벌인 끝에 납북 일본인 5명을 구해 오는 데 성공했다. 자국민이 생사 기로에 처했는데 국가 수반이 인지(認知)조차 못 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일 것이다. 가해자가 거부한다고 순순히 물러나는 나라도 없다. 일본은 아직 못 데려온 납북자 12명을 한시도 포기한 적이 없다. 역대 일본 총리는 이들을 상징하는 푸른 리본을 달고 다니며 기회 있을 때마다 구출 각오를 반복해 밝혔다. 지난달 중동 전쟁 와중에 백악관에 간 다카이치 총리 가슴에도 리본이 달려 있었다. 화급한 현안이 산적한 속에서도 그는 납북자 의제를 빠트리지 않았고, 트럼프의 협력 약속을 재확인받았다.
우리에겐 억류된 7명뿐 아니라 국군 포로 8만명, 6·25 납북자 10만명, 전후 납북자 500여 명 문제도 있다. 대부분 세상을 떠났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생존 가능성이 있는 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국가의 도리다. 윤석열 정부는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은 했다. 2022년 한·미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억류자·납북자·국군포로 송환’을 의제에 올려 공동 성명에 명문화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미국 대통령과 두 차례 회담했지만 한 번도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돌아오지 못하는 국민을 잊은 것이다. ‘한국민 해치는 자’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응징 원칙은 상대가 누군지 낯을 가리는 듯 하다. 지난 주 ‘서해 수호의 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은 북의 사과를 받아 달라는 천안함 유족 요청에 “사과하란다고 (북이) 하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가해자가 안 한다고 요구도 안 하면 그것이 나라인가. 만만한 상대만 골라 큰 소리치는 ‘방구석 여포’에게 겁먹을 깡패는 없다.

항행의 자유 위해 뭉친 40여개국 … 호르무즈 통행료는 안 된다

한국을 포함한 40여 개국 외교당국이 모여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개방을 촉구했다. 연대를 통한 대응만이 이란의 불법적인 통행료 요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발 에너지 공급망 혼란 책임을 피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공조가 이뤄진 점 역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한국시간으로 지난 2일 저녁 영상으로 열린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해협 정상화를 촉구했다. 해협이 계속 폐쇄될 경우 제재와 같은 조율된 경제·정치적 압박 방안도 논의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공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리적 근접성을 무기로 해협 통행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런 국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다.
이란의 꼼수는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점을 노리고 있어 단호한 대응이 필수다. 일부 국가가 공급망 위험을 돌파하기 위해 대열에서 이탈해 이란과 협상을 하는 순간, ‘죄수의 딜레마’가 현실이 된다. 각자 합리적 선택을 추구하다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란은 이탈자가 생길수록 통행료 요구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된다. 개별 대응은 최악의 보상을 담보할 뿐, 국제사회의 단결을 통한 최대 압박만이 정공법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최근 이란과 협상을 통해 호르무즈 통행료 납부를 검토한다는 일각의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고려 사항도 아니다”고 밝혔다. 원칙에 부합하는 태도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통행료 납부라는 유혹이 없지 않겠으나, 선례를 허용하는 순간 그 비용은 산업계와 소비자 몫이 된다. 중동과 이란을 상대로 한 정부 외교력은 필요하지만 확고한 원칙을 기반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에 필요한 건 응집된 행동이다. 유기적인 공조와 국제적 제재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란의 통행료 요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