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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17일

이란에 국민 봉기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해 이란 이슬람공화국 체제의 정점인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목숨을 앗아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 국민을 향해 “이란 국민이 그들의 나라를 되찾을 수 있는 단 한 번의 위대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시간을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노골적인 외세의 개입 없이도 이란 스스로 민주적으로 바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는데, 2018년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물거품이 된 역사가 있다.

이란 젊은이들의 내적 동력, ‘30+16’

2016년 2월, 4년 임기의 이슬람의회(국회 격) 의원 290명과 8년 임기의 전문가의회(최고지도자 선출 및 탄핵) 의원 88명을 동시에 뽑는 선거에서 이란 젊은이들은 ‘30+16’이라고 적은 판을 들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서 출마한 온건·개혁 성향 후보를 한 명도 빠짐없이 당선시키자는 뜻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보고 ‘이건 도대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란은 헌법수호위원회에서 후보 자격을 심사하기에, 조금이라도 체제에 거슬리는 발언이나 행동을 한다고 여겨지는 사람은 입후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혁 성향 인물은 헌법수호위의 심사를 통과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킨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의 손자로, 최근 최고지도자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던 하산도 2016년 전문가의회 후보 심사에서 떨어졌다. 개혁 성향의 성직자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던 그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헌법수호위는 알려줘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고는 심사에 오라는 문자를 보냈는데 오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개혁 성향 인물의 출마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출마가 가능한 사람을 모두 뽑겠다는 말은 사실 현실감이 ‘제로’였다. 그러나 이란의 젊은이들은 놀라운 힘을 보여 줬다. 선거 결과는 이슬람의회 의원 30명+전문가의회 의원 15명! 마지막 투표함이 열리기 전까지는 내세웠던 대로 ‘30+16’이었다. 강경파 정치인과 보수적 성직자를 몰아내기 위해 국영 언론에서 잘 보여주지 않는 개혁파 후보들을 텔레그램과 와츠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홍보해 놀라운 결과를  낳은 것이다. 헌법수호위에 쓴맛을 보여주고 의회에 강경파가 득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온건파 내지 개혁파에 표를 던졌다. 2015년 7월 미국을 위시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이란과 맺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는 사실상 2016년 ‘30+15’의 원동력이었다. 선거 한 달 전인 2016년 1월 16일 JCPOA가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8년 5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이 JCPOA를 폐기하고 이란에 최대 압박 제재를 가하면서 온건·개혁파가 국민에게 약속한 경제와 사회 발전 약속을 제대로 이행할 수 없었다. 

트럼프 걷어찬 ‘핵합의’, 그리고 닫힌 문

이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정권교체를 외치며 이란의 강경 지도부를 모두 사지로 몰고 간다 해도 2016년 ‘30+15’의 희망이 부활할 여지는 없다. 외세가 제아무리 민주주의와 인권을 노래하며 정권교체를 이룬다 해도 그런 지도부가 이란 국민을 위해 멸사봉공할 수 있을까. 어림없는 일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비밀정보국(MI6)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를 1953년 친위 쿠데타로 쫓아내 모하마드 레자 샤의 왕권을 되찾아 줬고, 샤는 두 나라의 이익을 지켜주려 애썼다. 외세 개입으로 물줄기를 바꾼 비극의 역사가 재현될지도 모르는 이 시간, 테헤란은 불타고 있고, 무고한 이란 국민들은 사랑하는 가족의 주검 앞에 흐느껴 울고 있다.

트럼프, 초등생 175명 사망 폭격에 "이란의 소행" 주장…근거는 안밝혀

175명의 사망자를 낸 이란 초등학교 공습 사건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도버 공군기지에서 미군 장병 유해 귀환식에 참석한 뒤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본 바로는 그 공격은 이란이 한 것”이라며 “이란의 무기 정확도는 매우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엔 이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시의 여자 초등학교가 공습을 받아 최소 17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대부분이 초등학생이었고, 피묻은 책가방, 교과서와 함께 아이들이 주검이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앞서 NYT 등 일각에서는 미국 공습 과정에서 발생한 표적 오인 사고라는 분석이 제기됐고, 이스라엘의 공습에 의한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도 해당 사안에 대해 “공격 경위를 조사 중”이라면서도 “민간인 표적으로 공격하는 건 이란 뿐”이라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첫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공격을 받아 수업 중이던 여학생 다수를 포함해 175명에서 최대 181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일 이들의 장례식이 진행된 가운데 굴착기를 이용해 아이들이 묻힐 땅을 파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동 넘어 번지는 미·이란 전쟁, ‘세계사적 재앙’ 우려한다

지난달 28일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란 미나브의 한 여자 초등학교에서 구조대원과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8일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이란 미나브의 한 여자 초등학교에서 구조대원과 주민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일주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종전은커녕 확전일로를 걷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권 교체’ 압박에 이란이 주변국 보복 공격으로 맞대응하면서 중동은 물론 남유럽·서남아시아로까지 전쟁 불길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원유의 35%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이란 시민과 세계인이 겪을 고통과 불안의 끝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또 하나의 세계사적 재앙이 되지 않을지 우려가 크다. 이란은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중동 내 미군 및 석유·천연가스 시설을 겨냥한 20번째 공격을 단행하면서 아제르바이잔을 공격했다. 튀르키예·키프로스 등 남유럽에 이어 서남아시아까지로 전장을 확대한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6개국은 이날 이란을 향해 무차별적인 주변국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격에 맞서기 위해 세계 경제의 ‘고통 확산’을 노리는 이란이 주변국 공격을 멈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의 시위를 학살로 진압한 이란 강경파 정권의 교체를 목표로 제시하며 연일 전쟁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이란 차기 정권 구도에 관여할 것이며 쿠르드족의 지상전에 “전적으로 찬성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불의한 정권이라고 해도 외력으로 교체된 뒤 후속 정권이 온전했던 경우는 드물었다. 미국은 카르자이 정권 붕괴를 막지 못하고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잊은 것인가. 미군의 국제법 위반 논란도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BBC 등은 이날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초등학생 165명이 숨진 폭격은 미군의 ‘오인 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군 잠수함이 스리랑카 인근 인도양 국제수역에서 어뢰로 격침한 이란 군함이 ‘비무장 상태’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칸왈 시발 전 인도 외무장관은 자국에서 열린 해군 훈련에 참가 군함인 것을 미국이 알면서도 ‘계획된 공격’을 했다고 비판했다. 비무장을 알고도 공격했다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자 비인도적 공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전 당시 의회 승인도 받지 않은 채 명분으로 삼은 ‘임박한 위험’은 부재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여기에 잇단 비인도적 공격으로 인명 피해가 커지면서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 전쟁 당사국들은 비이성적인 ‘협박 대 협박’식 대결이 무모한 확전을 초래하고 있음을 성찰해야 한다. 전쟁의 불길이 번져가는 현 사태에 세계인들은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전쟁을 멈추기 위한 외교적 중재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