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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6일

신흥국 '파산'·유럽 '침체'… 이란戰 후폭풍 '에너지 제국' 美, 홀로 버텼다

이란 전쟁이 2주간 휴전에 들어가면서 국제 유가가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6주간 이어진 무력 충돌은 전 세계 경제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후폭풍을 예고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신흥국과 유럽 주요국은 인플레이션 급등과 부채 증가라는 경제적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셰일 혁명 이후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 지위를 확보한 미국은 에너지 자립도를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상대적으로 훌륭하게 흡수했다는 평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촉발한 이번 이란 전쟁이 미국의 상대적인 경제 우위를 한층 더 공고하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일 핀란드 토마야르비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장들은 이번 전쟁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과 타격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는 7일 대서양위원회 행사에서 “분쟁 발발 전 2.83% 수준으로 예상됐던 세계 경제 성장률이 최소 0.3~0.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사태가 완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장기화할 경우 1%포인트가 넘는 성장률 하락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글로벌 물가 상승률 역시 최대 0.9%포인트 가까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은 6일 로이터에 현재 요동치는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더 높은 물가, 더 낮은 성장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전이 휴전을 넘어 종전으로 이어져도, 이미 파괴된 공급망 훼손과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상당 기간 세계 경제 발목을 단단히 잡을 것이라는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이번 이란 전쟁을 단순한 단기적 에너지 공급 부족 현상을 넘어선 글로벌 부채 위기의 촉매제로 규정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5주 동안 페르시아만 일대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을 서로 연이어 정밀 타격했다. 파괴된 대규모 정유 시설과 가스전 등을 원상태로 완전히 복구하는 데에는 향후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곧 에너지 가격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순 있어도 전쟁 이전보다 높은 추세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포린어페어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물가 상승 압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고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전했다. 그 결과 저소득 국가나 신흥국들은 달러화 표시 부채 비중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이다. 이들은 앞으로 치솟는 에너지 수입 비용 뿐 아니라 고금리와 달러화 강세 기조로 불어난 이자 상환 부담을 동시에 떠안아야 한다.

24일 뉴욕 개장 시간에 트레이더들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장세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 펼쳐지고 있는 거시 경제 상황이 1980년대 신흥국들을 무참히 강타했던 국가 연쇄 부도 사태와 매우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자, 폴 볼커 당시 미 연준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급격한 통화 긴축 여파로 1982년 멕시코가 신흥국 가운데 가장 먼저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이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대형 차입국들이 줄줄이 흔들렸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도 잠비아·세네갈·코트디부아르·자이르·말라위·니제르·케냐 등 여러 나라가 고금리와 달러 부채 부담에 짓눌리며 성장 기반을 잃었다. 그러나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는 흐름 속에서도 유독 미국은 경제적 입지를 견고하게 유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시티그룹은 이번 이란 전쟁 여파로 올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1개국) 전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대비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반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0.1%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시티그룹에 따르면 산유국이 아닌 유럽 주요 국가들은 순(純)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자국 국내총생산 기준 1~2%를 지속적으로 잠식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반면 미국은 막대한 에너지 순수출이 자국 국내총생산에 약 0.2% 기여하는 흑자 경제 구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미국은 자국 내 산업에 필요한 필수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외부 간섭 없이 조달할 수 있는 튼튼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직면한 다른 경쟁국들에 비해 압도적인 경제적 방어막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에너지 안보 역량이 지금처럼 지정학적 불안감이 높아진 시기에는 국가 간 경제 체력차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란전쟁 이후 한층 확고해진 에너지 패권을 외교적 지렛대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글로벌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자국 석유는 각자가 알아서 구해야 한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를 드러냈다. 이는 우방국이나 동맹국들의 경제적 위기에 대해 미국이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경제적 안전판 역할을 대신 제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선언으로 풀이된다.

휴전에도 기름 안 돈다…중동 인프라 타격에 ‘고유가 장기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2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긴장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중동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가 크게 훼손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고유가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분쟁으로 중동 지역의 유전·정유소·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수십 곳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글로벌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는 휴전 발표 이후 약 13% 하락해 배럴당 95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는 1월 초 약 60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에너지 부문 총괄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중동 휴전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공급 압박은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걸프 지역 정유시설의 약 3분의 1이 공습으로 손상됐다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복구에는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시설 40곳 파괴…고유가 부르는 구조적 공급 쇼 

현재 고유가의 원인은 단순한 해협 봉쇄를 넘어 실제 생산·정제 능력 감소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소가 가동 중단된 상황에서는 산유국이 원유를 생산하더라도 디젤·휘발유·항공유 등 정제 제품 부족이 불가피하다. 수출 시설이 파괴될 경우 원유와 가스를 유조선에 선적하는 것 자체도 어려워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에너지 시설 40곳 이상이 손상되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의 에너지 데이터 분석회사 리스타드에너지는 복구 비용이 25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의 피해가 가장 크다. 카타르 라스라판 LNG 단지에서는 이란 공격으로 약 17%의 생산 능력이 손실됐다. 리스타드는 완전 복구 시점이 2030년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비용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만 역시 타격을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 항은 반복적인 드론 공격으로 운영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고 있다. 이곳은 원유 선적·저장·거래·선박 급유의 핵심 허브다. 
지하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원유를 수출하지 못하면서 이라크·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UAE·카타르·바레인 등은 3월 하루 약 750만 배럴의 생산을 중단했다. 유정 가동을 갑자기 멈추는 것은 지질학적으로 위험하다. 압력 급감으로 유정 내부에 왁스가 쌓여 막힐 수 있고, 재가동에는 비용이 큰 화학 처리가 필요하다. 일부 노후 유전은 생산 능력이 영구적으로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지상 복구 역시 쉽지 않다. 변압기·밸브·가스터빈 등 주요 설비는 평상시에도 제작이 수년이 걸리는 맞춤형 장비다. 여기에 서방 기업들의 철수로 숙련 인력 부족까지 겹쳤다. 우드맥킨지의 프레이저 맥케이는 “복구 비용이 올해 이 지역 석유·가스 산업 투자 예정액 약 1000억 달러를 잠식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신규 투자 대신 복구 작업을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해협 열려도 배 안 움직인다…에너지 흐름 정상화 난항

해협 통행 정상화도 또 다른 변수다. 2주간 휴전에도 불구하고 선박들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여전히 꺼리고 있다. RBC캐피털마켓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헬리마 크로프트는 “드론과 미사일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느 선주가 선박 운항에 나서겠느냐”며 “해협 재개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흐름 정상화를 위해 ▲만재 유조선들의 안전한 해협 통과 ▲빈 유조선의 재진입을 통한 비축 물량 해소 ▲유정 가동 재개 등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노아 배럿은 “단순히 밸브를 돌린다고 해서 전쟁 이전 수준으로 즉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이거였나…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세 우리가 맡으면 어떤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미국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세를 미국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게 통행세를 받는 톨게이트 운영을 이란이 아닌 미국이 맡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 중 “우리가 요금소를 맡으면 어떤가? 그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정전을 위한 어떤 협상에도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문제는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자 이란은 세계 에너지 이동 항루 중 가장 중요한 해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다. 이어 3월 말에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들에게 통행료를 징수하는 안을 통과시켰다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24시간 안에 호르무즈를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을 내일 12시까지 쓸어버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美, 지난달 고용 전월比 18만명↑… 실업률도 소폭 하락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3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3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미국 아리조나주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근로자가 상품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아리조나주의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근로자가 상품을 모으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며 경기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2024년 12월 일자리 증가(23만7000명)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다우존스 집계 기준 전문가 예상치가 5만9000명을 기록하는 등 지난달 고용은 2월에 비해 반등할 것으로 예상돼 왔으나, 증가폭은 기대 수준을 상회했다. 2월 고용은 의료 파업·한파 탓에 저조했다. 직전 2개월 고용은 기존 발표 대비 총 7000명 하향 조정됐다. 1월 일자리 변동 폭이 3만4000명으로 상향됐고, 2월 일자리 변동폭이 4만1000명으로 하향됐다. 실업률은 4.3%를 기록해 직전월(4.4.%) 대비 소폭 하락했다. 다만, 경제활동참가율은 61.9%로 직전월(62%) 대비 소폭 하락했다. 실업률 하락이 취업자 증가 보다 노동 공급 감소에 영향을 받은 탓이다. 업종별로는 의료 부문이 7만6000명 증가해 고용 호조를 주도했고, 건설(2만6000명), 운송·창고(2만1000명), 사회지원(1만4000명) 부문이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다. 3월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2% 올라 시장 예상(0.3%)을 밑돌았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3.5% 올라 시장 전망(3.7%)을 하회했다.

나이키 주가 15% 급락…CEO “사업 고치는 것도 지쳤다”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주가 급락과 실적 부진 속에서 전략 전환 성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Bloomberg/GettyImages
엘리엇 힐 나이키 최고경영자(CEO). 주가 급락과 실적 부진 속에서 전략 전환 성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웨어 기업 나이키(Nike)의 주가가 실적 전망 악화 여파로 급락하며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턴어라운드 지연에 대한 내부 압박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나이키 주가는 실적 가이던스 발표 이후 수요일 장중 한때 15%까지 하락하며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회사는 이번 분기 매출 감소를 예상한 데 이어,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 “지쳤다”는 CEO…속도 압박 반영

엘리엇 힐(Elliott Hill) 최고경영자(CEO)는 전사 회의에서 “이 사업을 고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도 지쳤다”고 말했다. 향후 전략의 초점을 ‘수습’보다 ‘성장’에 두겠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발언은 글로벌 기업 CEO가 공식 내부 회의에서 드물게 사용하는 표현으로, 전략 전환 이후에도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내부적으로 속도에 대한 압박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중국·컨버스 부진…전략 전환도 더뎌 

나이키의 실적 부진은 특정 시장과 브랜드에서 두드러진다. 중국 시장의 수요 약세와 자회사 컨버스(Converse)의 매출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힐 CEO는 2024년 10월 취임 이후 스포츠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재정비하고,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그러나 직접판매(D2C) 중심 전략에서의 전환 효과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이후 나이키 주가는 약 45% 하락한 상태다. 재무 측면에서도 긴장감이 감지된다. 매튜 프렌드(Matthew Friend)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 회의에서 사업 흐름이 “하향 곡선(stepping down)”에 있다며 비용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그는 예산 집행을 선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현재 사업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

● 관건은 회복 속도…시장 신뢰 시험대

시장에서는 나이키의 전략 방향보다 실행 속도에 주목하고 있다. 한 번 약화된 도매 유통망을 복원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적 반등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시장 회복 여부와 브랜드 경쟁력 회복이 향후 주가 흐름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